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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결혼 20 주년이 지났습니다. 어느새...

샬롬!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때 그 남자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냥 귀여워해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열심히 음악공부를 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사돈간이였기에 간간히 그 남자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던 음악을 그저 취미로 묻어두고, 공대에 진학했다는 이야기, ROTC훈련을 받고 있다며 그것이 <동물적 훈련animal-training>수준이라고 농담처럼 했던 이야기. 최전방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다는..... 그리고 제가 대학에 들어가서 다시 그 남자를 만났을때 그는 완전히 아저씨가 되어있었습니다. 공대를 졸업해서 도자기 관련산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포항제철의 용광로를 관리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나 가끔 만났습니다. 그 남자가 지방에 있는 관계로 그보다 그 남자의 동생과 함께 음악회도 다니고, 연극도 같이 보고, 내 동생들과 함께 어울려서 맛있는 음식들도 먹으러 다니고... 어쩜 그 남자보다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더 많았습니다. 부모님곁을 떠나 동생들과 서울에서 생활하던 저로서는 사돈어른들이 부모님 같았습니다. 동기간들도 모두 친구 같았습니다. 대학 졸업반때 . 백화점 쇼핑을 하다가 그에게 뜻밖의 청혼을 받았습니다. 솔직하게 "결혼할 만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을 했었지만 내 뜻과 상관없이 어찌되었든 졸업과 거의 동시에 그와 난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이뻐해주셔서 얼떨떨하게 학생이던 사람이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그리고 20년을 함께 살았네요. 늘 철없는 나를 그 남자는 잘 챙겨줬습니다. "한 남자와 어떻게 싫증내지 않고 일평생을 한 집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었던 내 걱정이 마치 기우였다는 듯.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그 남자가 싫지는 않네요.ㅋㅋㅋ 배용준이란 배우를 좋아해서 온통 집안을 도배해도, 헤르메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갑자기 집을 비우고 나선다고 해도..."마지막 짝사랑"일테니 봐준답니다. 그리곤 철없는 아내를 정말 아직까지 잘 봐주고 있습니다. 그 남자와 제가 결혼이란 것을 한 바로 그 날이 20년 전 오늘이네요. 따듯한 봄날에 <혼자가 아닌 둘이 하나> 된 것을 온전히 기뻐하면서 하루를 보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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