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펌> 마초는 가라, 꽃미남이 떴다! 유춘강/ 소설가 얼마 전에 제 딸이 겨울연가에서 나왔던 배용준을 모 CF광고에서 보고는 호호거리는 걸 보았습니다. 그 애는 또 차태현이 나오는 휴대폰 광고만 나오면 막 신이 나서 춤을 추는 그런 애 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제 딸은 일곱 살입니다. 그런데 제 딸이 유치원에서 좋다고 말하는 남자애들은 죄다 예쁘장한 남자애들입니다. 뭘 알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요즘 꽃미남이 뜬 다니까 벌써부터 시류를 타는 건지 아무튼 저로서는 이 상황이 흥미진진합니다. 태권도 도장 다니는 오빠보다는 피아노 학원 같이 다니는 오빠가 덜 좋다니, 10년 후는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요즘 거리를 나가보면 남자들은 어디를 그렇게 뛰다 왔는지 바람맞은 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386 가수 신승훈도 언젠가 그 머리를 했더군요. 예전에 멕라이언이 하고 나왔던 바람머리는 유행을 좀 아는 대한민국 20대 남자라면 한번쯤 다 해본 머리가 됐습니다. 연예인들은 모두 같은 미용실을 다녀왔는지 채널을 돌릴 때마다 죄다 바람머리를 하고 앉아 있더군요. 사실 저도 예전엔 아실런지 모르겠지만 레이프가렛이란 미국의 팝 가수를 엄청 좋아했습니다. 그때가 아마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마도 꽃미남의 원조 격쯤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요즘은 그런 남자들이 차고도 넘치는 세상이 되 버렸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시작으로 시작된 꽃미남 행렬은 일본을 건너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꽃다발을 이루고 있습니다. 차태현, 원빈, 일본인 소년 2명이 들어가 있는 Y2K(얘들은 '나는 미소년이 좋다'라는 책을 쓴 저자가 가장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마초> <터프가이>란 단어는 요즘 실종된 것처럼 보입니다. 아니 발붙일 곳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누가 감히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이대근 아저씨를 거론할 것이며 모래시계의 최민수를 들먹이겠습니까? 꽃미남이라고 하기엔 좀 무르익은 듯하지만 요즘은 정우성이 뜹니다. 정말 멋진 남자죠? 그를 싫어하는 여자들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그는 요즘 모든 여성들의 가장 이상적인 연인이자 남편의 샘플로 보여집니다. '내 남편이에요'라는 멘트와 함께 고소영이 자랑하는 남편, 정우성은 자전거를 타고 오가닉 식품 전문점 가서 빵을 고르고, 선물도 삽니다. 섬세함의 극치죠. 그는 모든 여성이 원하는 것을 핀셋으로 집어낸 것처럼 해줍니다. 만약에 그가 정우성이 아니라 그 옛날의 터프가이 이자 마초맨의 대명사 였던 최재성이가 했다고 칩시다. 여자들의 절반은 아마도 채널을 돌릴 것입니다. 남자의 아름다움은 이렇듯 여자의 아름다움처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무기화'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잘 생긴 외모는 어디서나 환영을 받습니다. 저 역시 그 추문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배우 '휴 그래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눈빛과 아름다운 미소 때문입니다. 왠지 그는 샌드위치도 잘 만들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제 남편이 뭐라 건 말건 저는 지금까지 휴 그랜트를 좋아합니다. 동물 사회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수컷들이 암컷들보다 멋지고 화려하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인간 사회도 남자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여자만 폭탄이 있던 시대는 갔습니다. 이젠 남자도 폭탄이 있습니다. 바야흐로 남자들도 비주얼 시대에 적응을 해야만 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온 세상에 꽃미남 열풍이 불까요? 물론 예전에도 아름다운 남자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요즘처럼은 아니었습니다. 배용준처럼 바람머리를 하고, 목도리를 친친 감고 다니는 남자들이 빵 틀에서 빵 찍어내듯이 나오는 걸 보고 제 친구는 그럽니다. 드디어 진정한 평등이 왔다고. 말인 즉 이렇습니다. 예전에 남자들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인정받는 시대에 결사 항전하며 생존해왔고, 여자들은 미모를 평가받는 시대에 속해 있었지만 이제는 남자도 여성처럼 외모를 평가받고, 여자는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도 평가받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꽃미남 전성시대도 일종의 유행일 수도 있습니다. 점점 터프해지는 여자 속에서 남자들은 점점 부드럽게 섬세해지는 것 어쩌면 그것은 자연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볼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지 저는 감히 생각해봅니다. 아, 그리고 사족을 붙이자면 저는 저의 딸 취향에 적극 동참 하는 바입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여자가 할 일이 많아질수록 목에 철심 박은 터프가이보다는 역할 분담이 쉬운 나긋나긋한 꽃미남형 남자가 더 좋을 테니까. 어쩌면 이것도 진화의 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꽁댕이 *** 저도 레이프 가렛이란 가수를 잠시 좋아했었습니다. 이젠 그가 가수도 아니지만 아마도 최근 세븐이란 친구랑 유사하게 생겼었던 것 같네요. 이 글을 보면서 여러모로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구보니 주니이야기도 있네요.꽃미남의 원조로, 바람머리의 원조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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