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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24년만의 재회

샬롬! 엊그제 친구들과 함께 24년만에 재회하는 선생님을 뵈러 학교에 다녀왔답니다. 고 3 때 수학을 지도하시던 선생님은 어느새 교감선생님이 되셔서 제천 동중으로 부임하셨답니다. 졸업 후 처음으로 뵙는거니까 꼭 24년 만이로군요 ... 교무실에 들어가 가만히 곁에 서 있어보리라...<혹 "선생님이 우릴 기억하시지 못할꺼다." 하는 생각으로> 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벌떡 일어나 우리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부르시네요. 그리고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와~우~ 놀라운 우리 선생님의 기억력!!! 다른 친구들은 담임을 하셨으니까, 기억하실테지만... 저는 아닌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정확하게 제 이름을 기억하시더군요.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학창시절에는 선생님의 연세가 많은 줄 알고 있었는데 저희보다 10살 많은... 그러니까 저희 학교가 첫 발령지, 첫 부임학교이셨던 "신참선생님"이셨던겁니다. 그런데 왜 저는 선생님의 나이가 무척 많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선생님은 아주 심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셨었지요. 지금도 여전하시지만... 수업중에 우리들에게 문제를 풀어주시면서 늘 한 줄 풀고, " 이것이 기여~ 아니여~?" 또 다음 줄 풀며 우리들의 반응을 살피시면서 '너그들 이거 모르겄냐? 이게 기여~ 아니여~?" 이렇게 <기인지(그런지?) >를 늘 묻고, 다음 진도를 나가셨던 분이셨답니다. 세월이 흘러 그 때의 여학생들은 모두 아줌마가 되었지만 선생님이 제천으로 승진 부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주었다는 것 만으로 무조건 행복해 생각하시면서 "당신의 재산목록 1호는 제자들"이라고 다른 선생님들께 자랑하시던 그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첫 발령을 받고, 유난히 내성적이며 수줍음을 많이 타던 총각이 여학생들만 우글거리는 학급에 들어가는 일은 생각만해도 얼굴이 빨개져서 처음 몇 달은 너무 고민스러웠었노라고 이야기 하실때에는 우리 모두 다시 "깔깔깔" 웃고 말았답니다.ㅋㅋㅋ~ 잠시였지만 우린 다시 고 3 여학생이 되었고, 선생님은 첫 발령 받아 짓궂은 장난으로 곤혹스럽게 만들던 여학생들을 맡은 총각선생님이 되었었답니다. 준비해간 작은 선물과 꽃바구니를 전해드리고 돌아서 나오는 시간까지 우린 세월의 강을 거슬러 갔었습니다. 많은 것들을 되새김질하면서 웃었습니다. 철부지했던 우리들... 우히히~ 비가 촉촉히 내리는 일요일입니다. 다시 고교 졸업앨범을 꺼내 추억의 사진들을 넘겨봅니다. 5월에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감사해야하지만 옛 스승들을 찾아뵙는 일도 의미있더군요. 어느새 5월의 마지막 주일 입니다. 즐 오후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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