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현대 미술의 거장 < 장 뒤뷔페전>

떼소르 2007. 1. 6. 15:52

샬롬!

 

 오늘 마구 흩뿌리는 눈발을 덕수궁에서 즐겼습니다. 너무 멋졌고, 바람은 차가웠지만 좋았습니다.

아침 일찍 아들 녀석이랑 '현대 미술의 거장 장 뒤뷔페전'을 보기 위해서 덕수궁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이른 시간이여서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고, 덕분에 조용하게 충분히 감상하며 즐길 수 있었으며, 그래서 아들의 생각과 설명을 들어가며 난해한 <현대미술>품을 감상해 볼 수 있었거든요. ㅎㅎㅎ~````

 

  장 뒤뷔페란 사람은 1901년에 태어나서 1985년까지 살았는데, 정규 미술 수업을 한 것은 달랑 6개월을 파리의'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공부한 것이 전부였던 사람이며, 나이 마흔 한 살까지는 거의 가업이였던 와인을 판매하는 일을 계속했었더라구요. 그가 19살 잠시 미술 공부를 했었지만 중간 중간 미술에 대한 포기가 두 차례 있었고, 먹고 사는 일에 열심을 품었다가도 꿈틀거리는 자신의 창작 의욕 때문에 나중에는 그림에 물두하고, 판화와 조각까지... 다양한 장르의 미술 분야에서 놀라운 작품들을 많이 남겼답니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노년에도 많은 작업을 했더군요.

 

  올해는 한,불 수교 120주년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프랑스 대사관의 후원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 회고전을 열 수 있었다고 하는데 28일까지 전시를 하니까 시간이 허락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유화물감부터 작품의 소재가 다양한 광물질과 지형학, 재질학, 재료학들로 이뤄져 있어서 신선했어요.

 

  전시실이 4관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장 뒤뷔페의 작품 변화에 따라 작은 제목을 붙여 모듬으로 전시물을 설치했더군요.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우를푸프 정원>이라고 합니다. 그의 우를루프 연작들은 1962년부터 1974년까지 12년 간 제작된 것들인데, 화가의 나이가 62-74세까지의 작품이란 것을 생각하면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그는 파리에서 방스, 다시 파리 - 부에노스 아이레스, 심지어는 아랍까지 다니면서 다양한 재료들을 자신의 작품에 응용했었고, 단순한 수채물감과 아크릴과 유화물감과 에폭시페인트, 스치로폼에 이르기까지. 그가 표현하고 싶은 현상과 좌표들을 <~ism>에 빠지지 않는 독창성으로 표현한 것이 아주 놀라웠답니다. 난해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그 만의 생각이 녹아든 작품에는 그 만의 감각이 녹아있더라구요.

 

  전 미술을 잘 모르고, 게다가 <현대미술>은 더 더욱 모르겠지만 철학적인 사고와 다양한 기본기가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결코 타인에게 공감을 줄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하는데 제도화된 문화의 영역보다 훨씬 앞서 기본과 원초적인 것들이 문명의 기치 아래 숨겨져 있어서 마치 숨은그림찾기 같은 느낌마저 든답니다.  글쎄~ '즐거이' 감상 할 수 있는 빌미가 분명 주어진 거 같아 좋았었답니다.

 

  동일이는 미술을 공부하고 있으니 내가 느끼는 것과는 좀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보는 거 같아요. 나는 뭐 그저 내가 느끼는 것과 제목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절충해 가며 봤다고 해야 할 듯...  ㅋㅋㅋ~

 

  세 시간 정도 작품을 보고, 덕수궁의 눈내리는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배가 무척 고파서 가까운 곳에서 따듯한 우동과 돈가스로 점심을 했는데 <시장이 반찬이라 엄청 맛났다는거...>.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흩뿌리는 눈발들의 군무를 보는 것도 전시회를 보고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보너스 같아서 행복했습니다. 작지만 포근한 겨울의 행복한 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