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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전쟁 ㅡ작은 연못-

떼소르 2006. 9. 25. 20:45

샬롬!

 

   지난 여름 내내 산골 오지를 다니면서 촬영에 임했던 노근리 전쟁이 <작은 연못>이란 제목으로 제작 발표회도 하고, 주요 출연진들의 인터뷰도 TV에서 보여주더군요.  모든 촬영은 다 끝냈고, 후반 작업 - 음향문제와 편집, 포스터 작업.- 그리고 홍보와 극장에서 상영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6.25당시 군인이 아닌 민간인으로 결코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에 휩쓸려 어처구니 없이 학살을 당한 주민들, 그것도 어린이의 관점에서 본 전쟁에 관한 이야기라서 결코 흥행과는 상관없는 상업성없는 영화인지라 촬영을 진행하는 내내 어떤 매체도 그들에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배우들도 감독으로 첫 입봉을 하시는 작가 이 상우 선생님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과 대학로의 인맥으로 징집된 사람들. 작은 출연료라도 받은 사람들과 "투자출연"이라는 특별한 명목으로 출연한 사람들... 그렇게 구성이 되었습니다. 품앗이 하는 농군들처럼...

 

  또 배우의 면면을 보면 대학로에서 공연을 즐겨 보신 분들은 다 아는 사람들이며, 그들 중 모르는 아역들이나 주민들 몇은 그 배우들의 가족들이랍니다. 촬영 막바지엔 출연자 중 한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졸지에 버스로 촬영팀 전체가 이동을 했고, 즐거운 수학여행처럼 모두 즐기는 야외결혼식이 되었으며, 그 신혼부부들의 신행 첫 밤은 촬영지의 여관이 되었다는...ㅋㅋㅋ~

 

  그러니 영화는 오밀조밀 재미있는 스토리가 결코 아니지만 영화를 찍는 배우들은 정말 합숙훈련하는 듯, MT 나온 듯.... 그렇게 두어 달을 함께 했습니다. 여름 햇살에 그을리고, 꼬마들과 함께 마을 도랑에서 물고기와 가재를 잡으며, 또 촬영을 끝낸 저녁 시간에는 산골 깊은 마을에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며...그들만의 작업을 충분히 즐겁게 마쳤답니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죠...

 

  우리의 영화 시장이 천 만 관객들을 동원하면서, 자연적으로 영화제작의 스케일도 커지고, 장르도 다양해지고, 또 여러가지 실험적인 영화들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상업성 있는 흥미위주의 영화만이 더 자극적으로, 더 강렬하게, 더 스팩터클하게...그래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은 영화, 실험적인 영상물, 과감한 시도를 하는 단편들은 막상 의욕을 갖고 제작을 한다고해도,  극장을 잡지 못해 창고에 묵혀두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우리의 역사와  삶과 우리의 생각들을 진솔하고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영화들도 관객들과 함께 생각을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열어두어야 마이너들도  의욕을 갖고 작업을 하며, 영화산업도 더 진보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귀기울여 주시길 소망하며, <작은 연못>의 개봉을 조용히 기다립니다.

 

  수고한 많은 배우분들과 이름없이 빛도 없이 땀흘린 스텝분들의 2006년 여름의 결실 - 작은 연못 -

극장에서 만날 그 날까지 마지막 수확을 준비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더 수고해주십시요.  화이팅~~~~을 외치며, 조용히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