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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떼소르 2006. 9. 19. 15:55

샬롬!

 

  오늘 아침 하은이가 야외수업을 하러 광릉 수목원으로 출발하고, 예은이도 5교시까지 수업이 있는 날이라서 집안일 대강 해두고 무조건 집을 나섰습니다. 조조는 볼 수 없었지만 2회 상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의 소설 원작인 영화들이 대체로 실망스러웠었고, 또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읽어봤었기에 실망할까 걱정스러웠지만... 송해성 감독님을 신뢰하고, 강동원, 이나영이란 두 배우의 연기력이 근작들을 볼 때 작품마다 연기가 날로 더 향상되고 있는지라... 게다가 이미 극장에 다녀오신 분들의 평도 참 좋기에 기대를 하면서 보았습니다.

 

  모니카<고모> 수녀님과 함께 처음으로  사형수인 정윤수를 면회하러 간 - 살아있는 것이 견딜 수 없이 힘들다는 생각에 3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유정. 

 

  그저 스쳐지나가는 그림처럼 보여지겠지만, 역시 송해성 감독의 마음은 두 편의 그림으로 이야기의 복선을 그리고 있더군요. 그들이 처음 대면하는 공간에서 ... 창가의  벽면에 붙어 있던 성화 한 점 .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탕자의 귀향>.그리고 반대편 벽면에 거울 조금 옆으로 걸려 있는 <기도하는 예수님>...

 

  처음 두 사람이 서로를 탐색하는 장면에서는  뽀족하게 날이 선 채... 삐딱하게 끝났습니다. 그런데 몇 마디 안되는 대사 - 강동원의 경상도 사투리는 너무 좋았습니다.-  그가 <위풍당당 그녀>에서 처음 대사를 할 때는 표준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듯한 억양 때문에 부자연스럽고, 오히려 거슬렀는데...이 작품에선 자연스러워 좋았지요.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열기 전까지... 얼마나 쌩뚱맞고, 난감하며, 또 멋적은가!  그런 감정선을 아주 잘 표현한 거 같습니다. 서로를 밀쳐내며, 신경질부리며, 재수없다는 듯.... 송해성 감독 특유의 이쁘게 꾸미거나 군더더기 없이 만드는 것은 좋은데, 원작에 있는< 블루노트>를 통해서 윤수의 아빠이야기가 많은 부분 설명되는 상황이 생략되어 있고,  또 유정 부분에서도 오빠 부분의 이야기가 없으니까... 소설을 보고, 영화를 감상하는 우리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그저 영화로만 보기엔 왠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장르상의 한계감 을 ...느꼈습니다.

 

   마음을 아프게 한 장면은  살해한 파출부 아주머니의 어머니. 박할머니가 윤수를 용서하고, 또 윤수가 진심으로 사죄하는 장면... 눈물이 한 없이 흘렀고, 솔직한 인간 본연의 마음을 두 배우가 모두 잘 표현했던 거 같아서 느낌이 좋았지만, 이것도 소설에서의 미세한 감정 표현을 이미 습득했기에 강동원의 연기가 아주 좋았지만 큰 점수를 줄 수 없었습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장면은 두 사람이 아크릴 판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 때... 유정이 자신의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아크릴 판에 투영되어진 윤수의 물기 머금은 눈빛과 그 떨림. 또 마지막 사형 집행시 . 윤수는 자신을 볼 수 없지만, 윤수의 모습을 지켜보며 한 없이 울고 있는 유정의 유리에 비취인 모습과 눈빛.... 정말 군더더기 없이, 설몀이 더 이상 필요없는 몰입의 액기스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윤수다웠고, 유정다웠으며, 강동원군도 이나영양도 없는.. 윤수와 유정만이 보였었습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반가웠던 점 한 가지는 용민아재, 세동씨, 신일아저씨. 그리고 오광록씨. 대학로에서, 또 사적으로 안면이 익은 분들이 자신만의 색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역활들을 잘 표현해 내고 있었기에...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에서 보여줬던 그런 연장선에서 영화 음악을 쓰고 있었습니다. 음악은 주도 아니고,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벽지처럼 그저 편안하고, 잔잔하며, 때론 격한 감정의 기복을 따라간것이기에 두드러짐이 없습니다. 보고 , 듣기에 편안했습니다.

 

  서로가 닮아 있음을 인정하게 되고, 또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며,  그래서 그토록 간절히 "죽기를 원했던" 그가 "살고 싶어졌을때..."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울리기 시작해서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한 그 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목요일 AM 10시~ PM 1시 -"  "매일이 목요일이 였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바램이 그의 마음을 가득 채웠을 때. 그는 "누나~  내 얼굴 잊어먹지 마요..." 하며 떠나야 했습니다. 집행 되는 순간의 음향~~~~효과.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리고 커튼...그 단절감!

 

  마지막 씬~ 유정이 전해줬던 사진들 중. 과자점 쇼윈도의 케잌을 찍고 있는 유정의 흐릿한 모습과 케잌. 그리고 쓰여진 글들이 마구 눈물선을 자극해서 끝까지 멈추지 못하고 흐느끼다가 가장 늦게 극장 문을 나서야했습니다. 정말 원없이 울었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행복해 하는 윤수. 흐믓하게 바라보며, 편지 위에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붙이는 모습이나, 또 유정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밤 늦도록 잠을 줄여가며 만들던 십자가... 그것들을 준비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사랑을 햇살처럼 펼치는 그들의 모습은 이쁘고, 감동적이며, 사랑스러웠습니다. 촉촉한 눈빛과 가슴 아프도록 시린 그들의 상처보다 너무 이쁜 배우들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영상은 그래서 서럽게 아름다웠습니다. 아직도 잔상이 남아 심장 근처가 먹먹하게 아픕니다.

 

  두 주인공의 연기. 지금까지 봐 온 어떤 모습보다 발전된 모습이라 좋았고, 그래서 뜨거운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두 사람의 더욱 멋진 연기를 또 다른 작품에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