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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서울.

떼소르 2006. 7. 30. 00:16

샬롬!

 

  일 주일이 참으로 빠릅니다.

지극히 상투적인 표현의 전달력에 잠시 기대어 이번 휴가를 설명하자면 '참으로 바람직하고 보람찬 여름 휴가였답니다.<피서라고 하기엔 너무 서늘했었던...ㅋㅋ>

 

  저희 가족이 머문 팬션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시골 출신 사람이라면 '자연의 고향이자 기억의 품'과 같은 곳일테고, 도시인에게는 "미지의 세계나, 이상향"일 듯 한 한적한 곳에 위치한 조용한 곳이며, 그리 알려지지도 않은 곳이랍니다.

 

  저희들이 휴가를 즐기는 기간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였고, 또 우중이였던 까닭에 너무나 조용했고, 그래서 정말 '휴가다운 휴가'를 조용히 지내고 돌아올 수 있었답니다. 잘 먹고, 잘 쉬고, 가족끼리만 어울릴 수 있었던...

 

  첫 날은 제부의 생일이였으므로 닭갈비와 막국수로 파티를 했었습니다.

둘째 날은 팬션에 짐을 풀고, 가족끼리 예배를 드리고, 쉬었다가 바베큐 파티를 했었습니다.

셋째 날은 오전에 아이들과 함께 주변을 산책하고, 아카시 나뭇가지로 파마를 했었고, 신갈나무와 떡갈나무잎으로 왕관을 만들었고, 야생화에 대해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눴고, 옥수수와 감자를쪄먹었죠. 또 멋진 식당에서 "한우 떡갈비 정식"을 먹었습니다.  오후 시간에는 <무암계곡>에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했는데, 계곡물이 너무 차가워서 발 만 담궜습니다. 그리고 늦은 저녁 시간에 아버지 생신을 기념해서 바베큐 파티를 다시 한 번 더 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학현계곡>의 맑은 물에서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평평한 돌판위에 자리를 깔고 누워 독서를 했습니다. 저는 <너구리들-배수아 작>을 읽었습니다. 흐르는 물소리를 배경음악 삼아서... 참으로 바람도 시원하고, 햇살도 그리 따갑지 않으면서 인파도 없이 고요하기 그지없는 계곡에서의 피서는 참으로 피서다운 피서였습니다. -사실, 학현계곡은 예전부터 물이 맑고 아이들 물놀이를 하기에 적당한 수심과 아담한 웅덩이들이 여럿 있어서 한 여름에는 피서를 즐기는 인파로 북적거리는 곳이랍니다.-

 

  저녁 시간 모든 짐을 챙겨서 제천 시내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새로 이사를 한 동생네로...

늦은 시간 피자를 시켜서 파티를 하고, 어른들은 맥주도 한 잔씩... 동생은 초등학교 몇 명의 동창들을 만나서 새벽까지 즐거운 시간을 따로 보냈습니다. 이젠 제법 의젓한 자리를 잡은 녀석들이 함께 하는 중식당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인의 <송학반점>-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 요리집...ㅋㅋㅋ

 

  다음 날은 제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였습니다. 고교 동창 아홉 명이 자식들 결혼을 준비하는 "혼인계'의 겟날이였죠. 늘 걧돈만 송금하다가 모처럼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한 친구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참가할 수 없었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섯 달째 투병을 하고 있고 이젠 많이 회복되고 있다고 하는데도.... 건강해지면 보자고, 한사코 저의 문병을 거부했습니다.  친구의 쾌유를 기도했습니다.

 

  제가 이사를 할 때 함께 식사 한 번 못하고 보냈다고 보고싶다던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또 늘 이웃 사촌으로 지내던 또 다른 선배언니를 방문했습니다. 언니에겐 늘 선물을 받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게 이쁜 귀거리를 주셨습니다. 챙겨주는 언니에게 늘 고마움을 말로만 하게 되어 부끄럽지만... 항상 변함없이 이뻐해 주시는 선배를 둔 행복감을 다시금 만끽했습니다.

 

  몇 년 만에 만나는 후배 녀석도 봤습니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또 친구도 만났고, 전화 통화도 했고, 또 휴가를 경주로 떠나는 벗에게는 전화로만 안부를 했습니다. 또 다음을 기약하며, 잠시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친구들... 그렇게 제가 친구를 만나고, 선배를 뵙고, 후배를 보는 시간에 우리 조카들은 <기적의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제와 오늘. 비가 엄청 내렸습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도로가 유실되고, 다리도 떠내려 가고... 비는 뿌옇게 안개막처럼 시야를 가리고, 빗소리는 더 이상 듣기 좋은 배경음악이 되지 못했습니다. 제천을 떠나올때도 걱정이 되었는데, 치악 고개를 넘고, 원주를 들어서니 하늘은 흐리기만 할 뿐.... 정말 너무 멀쩡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하행선쪽엔 차들의 진행이 지체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치 주차장 같은 모습인데, 저희들은 반대편이므로 느긋하게 바라 볼 수 있었답니다. 한강변 시민공원의 둔치가 다시 물에 잠기고, 강물의 혼탁한 빛깔은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평화로운 <우리의 서울!>은 오늘도 안녕? 하면서 우리를 반겨줍니다.  정말 다시 돌아온 서울입니다. ㅎㅎㅎ~ 휴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