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서울.
샬롬!
일 주일이 참으로 빠릅니다.
지극히 상투적인 표현의 전달력에 잠시 기대어 이번 휴가를 설명하자면 '참으로 바람직하고 보람찬 여름 휴가였답니다.<피서라고 하기엔 너무 서늘했었던...ㅋㅋ>
저희 가족이 머문 팬션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시골 출신 사람이라면 '자연의 고향이자 기억의 품'과 같은 곳일테고, 도시인에게는 "미지의 세계나, 이상향"일 듯 한 한적한 곳에 위치한 조용한 곳이며, 그리 알려지지도 않은 곳이랍니다.
저희들이 휴가를 즐기는 기간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였고, 또 우중이였던 까닭에 너무나 조용했고, 그래서 정말 '휴가다운 휴가'를 조용히 지내고 돌아올 수 있었답니다. 잘 먹고, 잘 쉬고, 가족끼리만 어울릴 수 있었던...
첫 날은 제부의 생일이였으므로 닭갈비와 막국수로 파티를 했었습니다.
둘째 날은 팬션에 짐을 풀고, 가족끼리 예배를 드리고, 쉬었다가 바베큐 파티를 했었습니다.
셋째 날은 오전에 아이들과 함께 주변을 산책하고, 아카시 나뭇가지로 파마>를 했었고, 신갈나무와 떡갈나무잎으로 왕관을 만들었고, 야생화에 대해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눴고, 옥수수와 감자를쪄먹었죠. 또 멋진 식당에서 "한우 떡갈비 정식"을 먹었습니다. 오후 시간에는 <무암계곡>에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했는데, 계곡물이 너무 차가워서 발 만 담궜습니다. 그리고 늦은 저녁 시간에 아버지 생신을 기념해서 바베큐 파티를 다시 한 번 더 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학현계곡>의 맑은 물에서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평평한 돌판위에 자리를 깔고 누워 독서를 했습니다. 저는 <너구리들-배수아 작>을 읽었습니다. 흐르는 물소리를 배경음악 삼아서... 참으로 바람도 시원하고, 햇살도 그리 따갑지 않으면서 인파도 없이 고요하기 그지없는 계곡에서의 피서는 참으로 피서다운 피서였습니다. -사실, 학현계곡은 예전부터 물이 맑고 아이들 물놀이를 하기에 적당한 수심과 아담한 웅덩이들이 여럿 있어서 한 여름에는 피서를 즐기는 인파로 북적거리는 곳이랍니다.-
저녁 시간 모든 짐을 챙겨서 제천 시내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새로 이사를 한 동생네로...
늦은 시간 피자를 시켜서 파티를 하고, 어른들은 맥주도 한 잔씩... 동생은 초등학교 몇 명의 동창들을 만나서 새벽까지 즐거운 시간을 따로 보냈습니다. 이젠 제법 의젓한 자리를 잡은 녀석들이 함께 하는 중식당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인의 <송학반점>-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 요리집>...ㅋㅋㅋ
다음 날은 제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였습니다. 고교 동창 아홉 명이 자식들 결혼을 준비하는 "혼인계'의 겟날이였죠. 늘 걧돈만 송금하다가 모처럼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한 친구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참가할 수 없었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섯 달째 투병을 하고 있고 이젠 많이 회복되고 있다고 하는데도.... 건강해지면 보자고, 한사코 저의 문병을 거부했습니다. 친구의 쾌유를 기도했습니다.
제가 이사를 할 때 함께 식사 한 번 못하고 보냈다고 보고싶다던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또 늘 이웃 사촌으로 지내던 또 다른 선배언니를 방문했습니다. 언니에겐 늘 선물을 받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게 이쁜 귀거리를 주셨습니다. 챙겨주는 언니에게 늘 고마움을 말로만 하게 되어 부끄럽지만... 항상 변함없이 이뻐해 주시는 선배를 둔 행복감을 다시금 만끽했습니다.
몇 년 만에 만나는 후배 녀석도 봤습니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또 친구도 만났고, 전화 통화도 했고, 또 휴가를 경주로 떠나는 벗에게는 전화로만 안부를 했습니다. 또 다음을 기약하며, 잠시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친구들... 그렇게 제가 친구를 만나고, 선배를 뵙고, 후배를 보는 시간에 우리 조카들은 <기적의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제와 오늘. 비가 엄청 내렸습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도로가 유실되고, 다리도 떠내려 가고... 비는 뿌옇게 안개막처럼 시야를 가리고, 빗소리는 더 이상 듣기 좋은 배경음악이 되지 못했습니다. 제천을 떠나올때도 걱정이 되었는데, 치악 고개를 넘고, 원주를 들어서니 하늘은 흐리기만 할 뿐.... 정말 너무 멀쩡했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하행선쪽엔 차들의 진행이 지체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치 주차장 같은 모습인데, 저희들은 반대편이므로 느긋하게 바라 볼 수 있었답니다. 한강변 시민공원의 둔치가 다시 물에 잠기고, 강물의 혼탁한 빛깔은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평화로운 <우리의 서울!>은 오늘도 안녕? 하면서 우리를 반겨줍니다. 정말 다시 돌아온 서울입니다. ㅎㅎㅎ~ 휴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