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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선생님.

떼소르 2006. 5. 14. 17:44

  엊그제 친구들과 함께 26년만에 재회하는 선생님을 뵈러 학교에 다녀왔답니다. 고 3 때 수학을 지도하시던 선생님은 어느새 교감선생님이 되셔서 제천 동중으로 부임하셨답니다. 졸업 후 처음으로 뵙는거니까 꼭 26년 만이로군요 ...

 

  교무실에 들어가 가만히 곁에 서 있어보리라...<혹 "선생님이 우릴 기억하시지 못할꺼다." 하는 생각으로> 했었는데, 문을 열고 교무실에 막 들어서는 순간, 벌떡 일어나 우리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부르시네요. 그리고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와~우~ 놀라운 우리 선생님의 기억력!!! 다른 친구들은 담임을 하셨으니까, 기억하실테지만... 저는 아닌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정확하게 제 이름을 기억하시더군요.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학창시절에는 선생님의 연세가 많은 줄 알고 있었는데 저희보다 겨우 10살 많은... 그러니까 저희 학교가 선생님의 첫 발령지, 첫 부임학교였던 "신참선생"이셨던겁니다. 그런데 왜 저는 선생님의 나이가 무척 많았다고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선생님은 아주 심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셨었지요. 지금도 여전하시지만... 수업중에 우리들에게 문제를 풀어주시면서 늘 한 줄 풀고, " 이것이 기여~ 아니여~?" 또 다음 줄 풀며 우리들의 반응을 살피시면서 '너그들 이거 모르겄냐? 이게 기여~ 아니여~?" 이렇게 <기인지(그런지?) >를 늘 묻고, 다음 진도를 나가셨던 분이셨답니다.

 

  세월이 흘러 그 때의 여학생들은 모두 40대의 아줌마가 되었지만 선생님이 제천으로 승진 부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조건 행복해 생각하시면서 "당신의 재산목록 1호는 제자들"이라고 다른 선생님들께 자랑하시던 그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첫 발령을 받고, 유난히 내성적이며 수줍음을 많이 타던 총각이 여학생들만 우글거리는 학급에 들어가는 일은 생각만해도 얼굴이 빨개져서 처음 몇 달은 너무 고민스러웠었노라고 이야기 하실때에는 우리 모두 다시 "깔깔깔" 웃고 말았답니다.ㅋㅋㅋ~  잠시였지만 우린 다시 고 3 여학생이 되었고, 선생님은 첫 발령 받아 짓궂은 장난으로 곤혹스럽게 만들던 여학생들을 맡은 총각선생님이 되었었답니다.

 

  준비해간 작은 선물과 꽃바구니를 전해드리고 돌아서 나오는 시간까지 우린 세월의 강을 거슬러 갔었습니다. 많은 것들을 되새김질하면서 웃었습니다. 철부지했던 우리들... 우히히~ 다시 고교 졸업앨범을 꺼내 추억의 사진들을 넘겨봅니다. 5월에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감사해야하지만 옛 스승들을 찾아뵙는 일도 의미있더군요.

 

  집으로 돌아와 생각나는 몇 분의 선생님들께 메일로 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 썩 좋지 않은 건강 땜에 선생님들 속상하게도 만들고, 원하던 대학의 입시에 실패해서 선생님들 안타깝게도 만들었지만 무척 많은 선생님들께 사랑받고, 이뻐라하심을 받았던 까닭에 계속해서 안부를 전하며, 선생님들과 연락을 취해왔기에 스승의 날에 진정으로 감사의 글이라도 드릴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젠틀맨"이셨던 영어 선생님, "공포의 음악시간"덕분에 최소한 악기 한 가지 이상은 다룰 수 있게 만드셨던 음악 선생님. 매주 한 편의 시를 암송하게 해 주셨던 국어 선생님.... 다 찾아 뵙지는 못해도 메일을 통해서 안부와 함께 감사의 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선생님들이 계셔서 제 학창시절은 무척 행복하고, 즐거웠고, 추억거리가 많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