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촬영과 연극연습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신돈>의 촬영과 세계연극제 참여작인 <자객열전>연습을 병행하여 동생의 얼굴을 볼 시간이 더 줄었습니다. 촬영의 전반부는 아무래도 스케일이 장대하게 많은 엑스트라 동원과 다양한 행사들의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지라 준비 과정이 많아서 그런지 촬영장에 가서도 준비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야외 촬영을 나가면 종일 걸리네요. 그래서 아침 일찍 나갔습니다.
이렇게 비까지 부슬거리면 촬영을 접었다, 다시 속계하고 또 잠시 접고... 그러려면 기다리는 것이 아주 많이 힘들텐데. 또 지루할텐데.. 동생은 촬영장에 갈때면 늘 여러 권의 책을 가지고 갑니다. 어릴적부터 엄청난 독서광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들을 챙겨보는 동생은 참으로 학자가 되지 않고, 연극쟁이가 된 것이 신기하리만큼 책을 좋아합니다. 아마 지금이 시간도 촬영이 잠시 지체되면 어딘가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보고 있겠지요.
이번 가을 세계연극제에 참가하는 작품 <자객열전>에서는 백범 김구선생님으로 열연합니다. 그는 최근에 또 다시 "백범일지"를 읽더군요. 효창공원에 참배도 가고..... 이 공연은 10월에 딱 나흘 공연을 할 예정이지만 연습은 한 달 보름을 하는 것 같습니다. 곁에서 보기에는 참으로 비효율적인 창작 활동인 것 같으나, 관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보면서 함께 호흡을 하기에 연극의 그 깊고 오묘한 매력에 빠져서 힘은 들지만 거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에너지 소모가 대단합니다. 목에도 무리가 많이 갑니다.
TV 나 영화작업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알려집니다.
그렇지만 또 쉽게 잊혀지기도 합니다. 쉽게 인상적인 모습으로 부각되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아니고 스타가 아니면 빠르게 묻혀지기도 합니다. 쉽게 부각될 수 있는 드라마 촬영과 힘들지만 살아 함께 하는 듯한 공연은 어쩌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현실처럼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사는 사람들의 세상 살아가는 두 가지의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생이 가져다 놓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창밖의 빗방울들을 바라봅니다.
시나리오를 보면 내가 만든 드라마는 어떤때 훨씬 드라마보다 더 멋지게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제 머리속에서... 또 몇 회가 진행된 드라마의 대본은 그 대본을 읽어가면서 배우의 표정을 미리 상상해보면서 어떤 연기를 어떻게 펼칠까? 화면의 배경은 어떻게 그림이 그려질까? 음악은 어떤 효과를 더 할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 짜릿한 궁금증이 증폭되어 옵니다. 한 주일을 기다리는 것이 너무 힘들때도 있습니다.ㅎㅎㅎ
<신돈> 이라는 드라마에서 대연이 맡은 "기 철" 이라는 인물은 어떤 모습으로 화면에서 비추어질지 기대하면서 우리들이 역사속에서 소흘하게 여겼던 고려시대의 이야기와 그 시대의 많은 분들의 삶을 그려낼 많은 배우분들의 열연을 기대합니다. 또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