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그리고 삶과 죽음.
샬롬!
"그립고 사랑한다는 말 이외의 단어를 사전에서 찾지 못하는 것을 사회자로서 죄송하다", "그분의 뜻, 마음, 그리고 열정이 단지 그 분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여러분들이 직접 보여주길 바란다" 고 애도의 마음을 표하면서 사회자 김제동군이 시청 앞 노제의 첫 멘트를 했었습니다.
딱 한 달 전 쯤인 4월 말에 내 아버지 장례를 치뤘고, 또 한 달 뒤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와 장례를 치루면서 이번 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어느새 5월의 끝자락. ~~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늘 존경했고, 사랑했던 내 아버지의 삶과 완전하게 노화해 자연사였던 죽음. 또 존경하지도, 절대적 지지를 보낼 만큼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이전의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정치를 할 것 같은 기대를 줬었기에 통치하는 5년 내내 실망도 많이 안겨줬던 전직 대통령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어떤 말과 글로 간단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고, 표현할 수 없는 이 울컥함이란...? 그저 안타까움 만은 아니기에 언어가 아닌 몸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저는 단순히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자살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가 한때는 이 나라의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으로서 마지막 행동이 좀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습니다. 이건 아니지 않나?? ~
그렇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니며, 말과 글로 표현되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또 백성들이 노란 물결을 이루며 거리로 나가 함께 슬픔을 표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국민들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는 현 정부가 되면 감사하련만.... 정치라는 것에 실망과 분노를 더 가중시키는 작금의 사태는 안타까움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분명 지금 이대로는 아닌거 같은데...!
어느새 저도 인생의 봄날은 훌쩍 지나 가을쯤에 살고 있는 듯 합니다. 얼마나 제게 주어진 시간이 있는건지는 알 수 없지만, 사는 동안 더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생각을 나누며, 서로를 존중하며, 또 배려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떠난 사람들의 뒷모습과 그 분의 표현되지 못한 사랑을 안타까워 하기보다는 내가 죽는 순간까지 후회하기보다는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더 힘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머리속이 복잡합니다. 마음까지도 한없이 심연으로 가라앉는 듯 합니다. 눈물을 거둬야 합니다. 스칼렛이 말했듯 "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테니까..."
김제동은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을 차례로 읽으며 받은 편지에 대한 답장 형식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추모사를 띄워 눈길을 끌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분에게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운명이라고 하셨는데 이 운명만큼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고 했지만 그분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크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고 했지만 우리가 기꺼이 나눠드려야 했다" 등 절절한 그의 추모사에 곳곳에서 시민들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하지만 김제동은 "슬퍼하지 마라, 미안해 하지 마라"는 유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 오늘은 슬퍼하겠다. 미안하다고도 하겠다. 지켜드리지 못했으니까"라고 말하며 울먹였습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아주 작은 비석을 세워 달라고 했는데, 우리 마음속에서 잊지못할 큰 비석을 세우겠다" 라며 울음을 삼킨 김제동은 "바보 대통령 그러나 자랑스러웠던 대한민국의 16대 대통령 노무현 감사했습니다. " 라고 인사하며 추모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추모사가 끝나자 경복궁에서 영결식을 마친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시청 광장으로 들어왔고 김제동은 목이 메는 듯 잠긴 목소리로 "바보대통령. 그러나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웠던, 앞으로도 영원히 마음 속에 자랑스러울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님을 맞이하겠습니다"라고 발언을 정리했습니다.
삶과 죽음. 그저 살고 죽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태어나 주님이 허락하신 사명을 잘 감당하고 당당히 하늘나라에 가는 순간까지 잘 살고 멋진 죽음으로 또 다른 부활의 소망을 이루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5월의 마지막 주말입니다. 모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