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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06-12-21 연극상 3관왕 연출가 박근형 _조선일보

누가 대학로의 미래를 묻는다면 이 남자, 박근형을 보게 하라

글=박돈규기자 coeur@chosun.com
사진=이명원기자 mwlee@chosun.com
입력 : 2006.12.21 02:08 / 수정 : 2006.12.21 10:48
 
올해 ‘연극 3관왕’은 “(카페보다는) 옛날식 다방으로 가지요” 했다. 연극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로 대산문학상과 올해의 예술상을 거머쥐고, 연극평론가협회 선정 베스트3에도 호명된 이 남자의 취향이다. 극단 골목길의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43). 남루한 삼류인생과 절망적인 공간에서 연극의 재미를 건져 올리는 그는 “연말에 상(賞)이 좋은 건 ‘연극 한답시고 마구 놀지는 않았구나’ 하는 인증 같아서”라고 했다.
 
이런 상복은 ‘청춘예찬’으로 주목받은 1999년 이후 7년 만. 내년 공연 목록을 보면 박근형의 2007년은 올해보다 숨찰 것 같다. 당장 1월 25일부터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을 ‘경숙이…’로 채우고 3월엔 사다리아트센터에서 만화 원작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를 공연한다. 5월엔 대극장인 LG아트센터에서 번역극 ‘필로우맨’을 올릴 예정. “지뢰가 사방에 깔려 있어요”라는 말은 그래도 엄살 같았다. 박근형은 지금 대학로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아주 드문 연출가다.

 

박해일 고수희 윤제문을 배출한 극단 골목길은 이제 영화배우까지 잡아당긴다. ‘경숙이…’에선 조재현이 경숙이 아버지 역을 김영필과 번갈아 맡는다. 조재현에겐 ‘에쿠우스’ 이후 3년 만의 연극. 김영필의 경북 사투리와 달리 조재현은 부산 사투리 버전을 준비 중이란다. 또 ‘필로우맨’엔 박해일 출연 가능성도 있다. 박근형은 “보기 편하게 만들어 관객이 연극을 품에 넣거나 연극이 관객을 품도록 하는 게 ‘경숙이…’를 비롯한 극단 골목길의 연극”이라면서도 “배우의 힘이 내겐 전부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술자리에서 연습 진도를 뽑는 것으로 유명한 연출가. 소주 1~2병이 주량이라는 그는 술자리에서 배우에게 “‘해낼 수 있다’ ‘(배역이) 멀리 있지 않다’ ‘얼지 마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연극은 무용·음악과 달리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사람 관찰하는 것도 큰 공부지요. 젊은 배우들도 살아온 얘기 들으면 굽이굽이가 다 연극이에요.”
 
‘경숙이…’의 일화 한 토막. 꺽꺽이라는 배역은 원래 멀쩡한 대사가 있었단다. 그런데 그 역을 맡은 배우의 화술이 약했다. 박근형은 “말(言)이 창이나 칼이 되지 않고 파리채만도 못할 땐 쳐내버리는 게 낫다”며 “대사의 8할을 꺽꺽거리는 감탄사로 바꾼 까닭”이라고 했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친근한 꺽꺽이는 이렇게 탄생했다.
 
불량식품 같은데 가끔은 맛있는 연극. 골목길 연극에 대한 박근형의 자평이다. 그는 3년 뒤 50석 소극장을 갖는 꿈을 꾼다. “이리저리 뒹굴면서 더한 불량식품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윤제문 엄효섭 고수희 같은 배우들도 영화에서 번 돈을 보태겠답니다. 올해 탄 상금도 저축했습니다.” 너무 ‘또순이 모드’ 같았는지, 연출가가 웃었다.




▲연극연출가 박근형 인터뷰 /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출처 :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공식카페
글쓴이 : greatcatsb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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