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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진정한 광대 <나문희 여사>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2006년 12월 31일 밤 12시 즈음 KBS 스튜디오, 한해를 정리하는 ‘2006 KBS연기대상’시상식이 마지막 대상 시상식만 남겨 놓았다. 카메라는 서서히 움직이며 강력한 대상 수상자 후보의 얼굴을 한사람씩 클로즈업으로 잡기 시작했다. 긴장한 듯한 나문희(66), 김해숙의 얼굴이 차례로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와 만났다. 수상자 발표가 됐다. “하지원”

TV를 통해 시상식을 보고 있던 수많은 시청자들은 나문희의 대상 수상을 의심치 않다가 ‘하지원’이라는 대상 수상자의 이름을 듣고 당혹을 넘어 황당해했다. ‘굿바이 솔로’와 ‘소문난 칠공주’에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연기의 진정성이 우러난 연기를 펼친 나문희는 시상식에선 아무 상도 수상하지 못해 드러난 반응이었다.

새해가 밝아온 2007년 1월 1일 시작부터 KBS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시청자들은 마음속에서 나문희씨에게 연기대상을 수여합니다”“무관의 제왕, 나문희씨가 진정한 연기대상 수상자입니다”“우리는 나문희선생님의 연기에 울고 웃고 했습니다. 그것이 대상 수상보다 더 값진 것입니다. 힘내세요!”무관의 제왕에 머문 나문희에 대한 격려와 연기대상 시상식의 불공정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나문희를 향한 애정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으면서 떠 오른 사람이 있다. 젊은 연기자중 탁월한 연기력을 갖추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 황정민이다. 영화 ‘너는 내운명’에서 나문희와 함께 열연을 펼친 황정민은 2005년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남우 주연상을 받고 의 영화대상에서 언급한 수상소감이다. “나이를 먹어도 배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 나문희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최근 영화‘열혈남아’에서 나문희와 함께 나온 연기파 배우 설경구는 “나문희 선생님이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어디인가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면 그 자체가 연기에요. 정말 연기의 대가이자 사표입니다” 연기의 대선배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요즘 젊은 연기자들에게 닮고 싶고 본 받고 싶은 연기자가 누구냐는 질문을 하게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대답이 바로 “나문희”다.

나문희가 이처럼 수많은 대중과 연기자들로부터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사랑과 존경을 받고 그리고 연기자의 사표로 받들어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원동력의 원천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한다. 인간 나문희와 연기자 나문희다. 인간 나문희와 연기자 나문희를 명쾌하게 구분할 수도 없고 나뉠 수도 없지만 분명 인간 나문희로서의 장점과 연기자 나문희로서의 탁월함이 있고 이 두 가지 측면이 어우러져 폭발적인 수많은 사람의 애정의 원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기자이기 전에 나문희는 여든 다섯 노모의 딸이자, 세 딸의 어머니이며 화가 남편의 아내다. 요즘 영화와 시트콤 등을 소화하느라 하루 두세시간 밖에 자지 않는다 그래서 나문희는 “집에 들어가면 영감이 ‘잠자’ 그 말 밖에 안할 정도로 녹초가 됩니다”라며 요즘 생활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이뤄진 인터뷰나 공식기자 간담회에서 만난 나문희는 여전히 수줍음 많은 여자다. 곤란한 질문에 얼굴 빨개지고 현란한 문구를 사용하지 않고 질문의 요점만을 말한다. 이웃집 어머니 같은 느낌이 저절로 배어난다. 늘 그녀는 상대방을 배려하며 편안하게 해준다. 그녀의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에서 그리고 무대에서 뿜어내는 놀라운 연기의 폭발력에선 상상할 수 없는 모습과 사뭇 대조적으로 여리고 소소하고 소탈하기까지 하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에서 낯익은 모습 하나가 있다. 나문희는 동료 후배연기자, 스태프들을 위해 떡이나 김치 등 먹거리를 준비해와 다독거리는 모습이다. 나문희는 왜 그러느냐는 질문에“먹을 것 챙겨주는 것이 제 취미처럼 돼버렸어요. 다들 자식 같아서 제가 대접받기 전에 자연스럽게 베풀게 되요”라고 당연한 듯 말한다.

자식에게 무조건 베푸는 그런 어머니의 일상을 나문희는 밖에서도 그대로 수행한다. 그런 그녀이기에 영화‘열혈남아’의 이정범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챙겨주는시는 모습을 늘 봅니다. 말 그대로의 어머니의 모습. 연기자이기 이전에 좋은 어른이라는 점. 저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나문희 선생님이랑 작업했던 모든 사람이 느꼈을 것 같아요. 저렇게 늙어야지. 저렇게 나이가 들어가야지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이러한 어머니처럼 넉넉한 마음에서 나오는 남에 대한 베품 외에 그녀의 인간적인 측면을 알려주는 것이 성실함과 책임감이다. 그녀는 2004년 드라마 촬영도중 혼절했다. 촬영의 강행군에 의한 피로누적이었다. 그녀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내 깨어나서 드라마 촬영을 이어갔다. 드라마는 수많은 시청자와 약속이기에 연기자는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한다며 아픈 몸으로 촬영을 마쳤다.

남에 대한 배려와 베품 그리고 성실함과 책임감이 어우러져 오늘의 대연기자 나문희를 만든 것이다.

그녀는 대중과의 만남과 그 이후는 우리의 대중문화와 대중매체의 판도변화와 맞물려 있다. 라디오가 최고의 인기매체로 자리 잡을 당시인 1961년 MBC 성우 공채 1기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그 시절 라디오는 서민을 비롯한 많은 이의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매체였다. 특히 라디오에서 성우들이 빚어내는 드라마는 그야말로 삶의 위안이자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연기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나문희가 연기의 대가로 우뚝 선 데에는 라디오 성우시절이 도움이 됐다고 나문희는 회고한다. “방송사 입사 후 연기 배우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기울였어요. 그중 외화 더빙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외국 여배우들을 캐릭터 제각각 이잖아요. 목소리 연기하며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거지요”

이후 텔레비전의 등장과 대중화로 자연스럽게 텔레비전으로 건너와 목소리 연기에서 벗어나 대사와 표정, 액션으로 보여주는 연기를 하는 연기자로 입성한다. 하지만 그녀는 김혜자처럼 빼어난 미모도 아닌데다 당시 여자 연기자로서 큰 체격 때문에 드라마 연기를 할때 처녀 역보다는 어머니역을 많이 한 전력을 갖고 있다. “제가 이대근씨랑 동갑인데 ‘멍게 엄마’라는 작품에서 어머니 역할을 했어요. 165Cm 지금은 큰 키가 아니지만 예전에는 여자 키로는 컸어요”

그런 때문인지 우리는 나문희 하면 ‘어머니’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정도로 수많은 ‘바람은 불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내이름은 김삼순’ ‘장밋빛 인생’‘소문난 칠공주’등 각종 드라마에서 숱한 어머니역을 해냈다.

그리고 영화가 제 2도약기를 걷기 시작하던 1998년 ‘조용한 가족’에서 어머니역으로 영화에 첫선을 보인 이후 ‘여선생 VS 여제자’‘S다이어리’‘주먹이 운다’‘너는 내운명’‘열혈남아’ 등에서 어머니역으로 어머니역 단골배우로 우뚝 섰다.

관대하고 사랑의 표상의 어머니, 김혜자 그리고 후덕한 어머니의 강부자, 강인한 어머니의 고두심 등 다양한 빛깔의 어머니로 대표되는 연기자들이 있다. 하지만 나문희는 이들과 색깔이 다른 어머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녀가 표출한 어머니는 일면 숭고하고 희생적인 부분이 강하지만 제 자식에게만 이기적인 부분이 강한 어머니다. 그리고 강부자 김혜자 고두심 등이 뚜렷한 한 색조로 어머니를 드러냈다면 나문희는 푼수 엄마에서부터 이기적인 엄마, 이타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까지 가장 스펙트럼이 넓은 어머니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드러내는 나문희의 캐릭터는 살아 움직이며 생명력을, 진정성을 느끼게 함으로서 수많은 시청자와 관객들을 진정으로 울리고 웃긴다. 그리고 무릎을 치면서 공감한다. 캐릭터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나문희는 존재하지 않고 어머니 캐릭터만 보인다. 그래서 그녀의 연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 것이다.


지난해 동시에 빛깔 다른 세 어머니를 드러냈다. ‘굿바이 솔로’에선 자식에 대해 아픈 상처를 주고 속죄로 말을 잃어버린 실어증의 아픈 어머니를, 그리고 ‘소문난 칠공주’에선 때로는 이기적이면서도 때로는 철없는 어머니를, 그리고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선 단선적이면서도 웃기는 어머니를 드러냈다.

이 세 캐릭터가 모두 나문희라는 한사람에 의해 드러났지만 별개의 인물이자 캐릭터로 다가갈 만큼 나문희는 완벽하게 캐릭터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발현하는 연기력은 놀라웠다.

특히 ‘굿바이 솔로’에선 나문희의 대사 없는 표정연기는 대사와 어우러지는 연기보다 시청자에게 더많은 감동과 감정의 파장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 떨림 하나에 갖가지 감정이 솟구치고 그녀의 손가락 움직임 하나에 수많은 의미를 느끼게 만들었다.

지난 46년간 성우로서, 연기자로서 대중을 만나면서 그녀의 연기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녀는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시청자가, 관객이, 그리고 후배, 동료 연기자들이 인정하는 연기의 대가 반열에 올랐다.

나문희가 연기자로서 인정받는 그리고 캐릭터를 통해 사람들의 감동과 흥미를 유발시키는 힘은 바로 스크린에서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는 피나는 노력이다. 나문희의 광대한 연기의 폭과 그 깊이를 알수 없는 연기의 문양은 바로 철저한 준비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습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방송 분야를 취재하면서 우연히 들른 MBC의 한 화장실을 지나다 한 여성의 소리가 크게 들려 멈춘 적이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나문희의 손에는 대본이 들려 있었다. 화장실에 가는 순간에도 연기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문희와 ‘열혈남아’에서 함께 연기를 한 설경구와 이정범 감독 그리고 연기력이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는 고두심의 전언역시 나문희가 시청자에게,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가를 보여준다. “나선생님처럼 시나리오가 너덜너덜해지도록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읽는 분을 뵌적이 없어요”(설경구) “나문희선생을 보면 지독한 연습벌레입니다. 그 연세가 되셨는데도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당신과 관련된 씬을 찍을 때에는 아주 예민하세요”(이정범감독) “(나)문희 언니의 연기를 보면 늘 빠져들어요. 연기의 거짓이 없기 때문이에요.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180도 변하면서 극에 몰입하는 정도가 놀라울 정도에요. 그것은 노력과 훈련에서 나오는 것이지요”(고두심)

하지만 그녀는 연기에 대해 정작 배울 것이 많다고 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연기가 늘었다고 너무 좋았어요”라는 말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만큼 그녀는 자신의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려 노력하고 있다.

“연기는 내가 하는 전부이자 전부를 거는 분야입니다. 전부를 거는 것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시청자는 돌아서지요. 그래서 대본을 받는 순간에서 녹화를 끝내는 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지요” 그녀의 이 말에 숙연함을 넘어 전율마저 느낀다.

이런 자세를 견지하기에 충무로 영화계에서 이변을 연출했다. 40대 주연을 찾아 거의 볼 수 없는 충무로에서 66세의 나문희를 주연으로 전면에 내세운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곧 촬영에 돌입할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에서 나문희는 단독 주연으로 나선다. 한국 영화사의 의미 있는 사건이다.

한번 물은 적이 있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느냐고. 우문(愚問)일수도 있었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 모두 자식 같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 나문희는 이런 말을 했다. “정말 나한테 꼭 맞는 역은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비로소 만났어요. 나를 찾은 겁니다”라며 우회적으로 애정을 갖는 작품을 말해준다. 그녀는 이 드라마에서 치매 시어머니를 돌보며 자식들, 남편 뒷바라지 하다 암선고를 받고 세상과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 하는 과정을 가슴이 시리도록 연기해 수많은 시청자의 눈물을 자극했던 드라마다.

그리고 최근 인터뷰에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쟁이, 나이든 쟁이요. 그림쟁이든 노래쟁이든. 쟁이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근데 힘이 딸려서 할수 있을지 모르겠네”소리없는 특유의 미소를 짓는다.

아름다운 연기자는 빼어난 외모를 가진 사람도 젊은 연기자도 아니다. 바로 작품에서 삶과 생명과 진정성을 담은 연기를 하는 나문희가 아름다운 연기자다.

연기론의 대가이자 러시아 유명 연출자였던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 배우들은 물고기가 물을 사랑하듯 무대와 예술을 사랑한다. 그들은 예술의 분위기속에서 소생한다. 또 어떤 배우들은 예술이 아니라 배우의 경력과 성공을 사랑한다. 그들은 무대 뒤의 분위기 속에서 살아난다. 첫 번째 배우들은 아름답지만 두 번째 배우들은 혐오스럽다’

혐오스러운 배우가 더 많은 요즘 나문희는 분명 예술 속에서 소생하고 브라운관, 스크린, 무대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연기자다. 그런 그녀가 오랫동안 시청자와 관객의 곁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나문희 그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우리 대중문화의 지평은 확대되고 우리는 감동과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전원생활 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우리시대의 진정한 연기자인 나문희. 사진=KBS, MBC 영화 '열혈남아'제공]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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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동생이 함께 하는 영화의 주인공은 <나문희 여사>입니다.

<권순분 여사 유괴사건> 눈부신 연기력을 표출하는 배우이지만 정작 당신이 원톱으로 주인공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십니다. 그래서 더욱 더 열정을 갖고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석달을 더 촬영하여 아마도 7월 17일에는 극장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기대와 함게 건강하게 무사히 긴 여정을 잘 마무리 하시기 바라면서 <나문희 여사>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