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며칠 전 친정아빠가 병원에 입원을 하셨었지요. 어제 퇴원을 하셨지만요... 제 친정 아빠의 나이는 올해 90세. 그러니까 제가 울 아빠 48세 나이에 얻은 딸이랍니다. 아빠는 북에 가족들을 두고 내려와 10년을 홀로 사셨습니다. 통일을 기다림으로.. 1960년 대수술을 받고, 아주 힘들게 소생을 하셨는데, 교회에서 많은 분들이 서둘러서 엄마랑 다시 결혼을 하셨고 제가 61년에 태어났죠. 전 사실 부모님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습니다. 또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았었구요... 북에서 피난 내려올 때 그 많던 땅도, 여유롭던 가산도 가지고 내려올 수 없었고, 쫒겨서 내려왔기에 이남에서의 삶은 "사람과 하늘나라"에만 투자하신다고 다짐을 하셨었죠. 원래 이북분들 생활력이 강하시거든요. 근면, 성실하시구요... 제법 많은 돈을 벌으셨는데, 아빠는 어려운 환경속에서 공부만은 잘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장학금을 주셨어요. 또 교회일에 많은 부분 물질로 봉사하셨었구요. 사람은 몰라줘도 하나님이 아시고, 당신이 만족하시니까... 의대를 다니는 똘똘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제자의 아들이기도 하기에 아버지는 많은 학비를 늘 보내주셨었습니다. 또 당신이 아껴두셨던 새 옷들과 넥타이. 늘 챙겨두셨다가 방학이 되어 내려온 짱구 오빠에게 슬며시 주셨습니다. 열심히 공부한 그 오빠. 좋은 의사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제법 돈도 벌었습니다. 큰 병원이 없어서 원주기독병원까지 가야하는 제천지역에 종합병원을 세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을때, 제 아버지께서 손수 나서서 예전 제천 읍사무소 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손쓰시기도 하셨고, 병원이 커가면서는 원장도 가난한 의대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도록 그리하여 그들이 자연스럽게 그 병원의 중요한 의료진이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게 만드셨죠. 어려운 환자들의 무료 진료도 주선을 하셨구요... 아버지는 세상의 의료 보험료보다 훨씬 더 싼 진료비를 냈습니다. 원장이 왕진을 와도, 엑스레이를 찍어도,장기 입원을 하셔도 늘 진료비는 1000원이였습니다. 돈을 받지 않으시면 가시지 않으니까 꼭 1000원을 받았죠. 예전에 아버지가 당신의 학비를 아낌없이 지원하셨고, 병원을 창립하는데 결정적인 공로를 세우셨다고 늘 VIP대접을 하신거죠. 2000년 지역의료보험, 직장의료보험이 정비될때까지는..... 지금도 특실에 입원해 계셨어도 원장님의 특가조치는 변함이 없답니다. 또 아들처럼 아끼시기에 쓴소리도 많이 하시지요. 아빠는 늘 웃으시면서 이야기하시죠." 사람은 제가 잘 나서 은혜를 알아주면 다행이고, 몰라주어도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아시고, 내가 아니까 상관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이 사람이기에 꼭 사람에게 투자해야한다." 고... 덕분에 늘 당신의 건강을 친자녀보다 더 잘 챙기는 가정의를 선물 받으셨지만... 연세가 많으셔서 뇌의 피돌기가 원활하지 않으시기에 앞으로도 자주 입원하시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그러니 조금이라도 편치 않으시면 입원하시라고 당부의 말씀을 하시는 원장님도 이젠 50대 중반의 장년이 되셨습니다. 짱구오빠라고 부르기엔 너무 할 만큼...ㅋㅋ 우리가 타고 다니는 승용차도 10년을 타면 여기저기 고장이 잦습니다. 하물며 인생 90이신데.... 심장도, 혈압도, 비뇨기도 다 조금씩은 탈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어떤 누구보다 당당하시고, 지역의 사람들에게 본이 되는 삶을 살아오셨기에 그런 아버지의 딸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이런 아빠의 삶을 닮아가는 딸이고 싶은데 너무 역부족인 것이 부끄럽고, 자꾸 주저앉고 싶어하는 나의 나태함과 게으름과 모든 것에 자꾸 고개만 내려갑니다. 오늘도 아빠는 지팡이를 잡으시고 교회의 맨 앞 자리에 당당히 앉아 예배를 드립니다. 날씨가 꾸물꾸물하고, 비가 오락가락하는데, 인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님들에게 아빠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두서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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